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때, 손이 자연히 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할 때, 그런 때 있지 않아요? 나에게 있어 글은 숨쉬기였어요. 어지럽게 돌아가는 생각 속에서 헉헉대고 있는데 현실의 나는 그걸 모르거든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혹은 시간이 날 때 자리잡고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일기도 좋고, 감상도 좋고, 해야할 일에 대한 정리나, 그날 생각할 거리들에 대해서요. 그 때면 차분해져요. 쓰고 나면 호흡법을 배운 것 같죠. 나는 그래요. 내게 글쓰기는 숨쉬기에요. 소화 과정이고요. 내가 받아들인 세상을 여과한 결과물이에요. 맛 없는 드립 커피일 수도 있죠. 나는 그 결과물을 사랑해요. 어쨌거나 찌꺼기는 걸러냈는걸요. 잘 우려냈는걸요.
너 하나가 없어서 안 될 조직이라면 때려쳐, 라는 말을 들었었어요. 그 때 나는 많이 힘들었었고, 한창 나를 바치던 중이었죠. 그 말이 많이 위안이 됐어요. 내가 꼭 죽지 않아도 괜찮은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거든요. 조직을 그런 식으로 굴리면 안 된다는 점도 생각이 들었고. 어쨌거나 책임자로서의 사고방식은 계속 갖고 있었으니까요. 평가하자면, 잘 하진 못 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좋은 대장은 아니었어요. 현상유지는 충분히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너 고생한 거 안다고, 잘 해냈다는 인정도 받았고. 밤에 시작해서 동틀녘에야 끝났던 그 대화, 기억하고 있어요. 이제 몸을 바치진 않아요.
나는 그 책임자 자리 하나를 그만두자마자 다른 걸 새로 시작했죠. 노래하는 거였죠. 행복했어요. 나는 여전히 음치이고, 박자를 놓쳐요. 목소리는 좀 괜찮다는 모양인데, 기본적으로 노래 잘 못해요. 소리를 못 내요. 하지만 노래라는 언어를 알게 됐어요. 노래를 언어로 알게 됐어요. 세상에, 같이 화음을 맞추는 그 과정이 마치 텔레파시 같더라니까요. 아니면 회복마법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서 좋았어요. 그 자리에 올라서도 고생은 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나 봐요. 함께 하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런 순간이 대를 거듭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랐어요.
많은 공동체가, 누군가의 열과 성을 먹이로 지탱되죠. 힘들다 힘들다 말이 올라온다면 때려쳐요. 정말 바라는 일이라 참 행복하고 어떻게든 잘 되면 좋겠다 싶으면 노력해요.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현명하게 굴어요. 최종 목표는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거에요. 혼자가 아니라면 가능해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펑크가 나면 대타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돼요. 다른 사람의 말에서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깨닫게 된다면 더 좋죠. 새로운 사람이 계속 들어와야 해요. 돌려가면서 열정을 불태우게 하세요. 같은 성향의 사람은 분명 여기저기 숨어있어요.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요, 나는. 먹고 살 길 생각해야 한단 생각을 2년쯤 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안 끝나네요. 하지만 돈이 안 벌려도 좋아 죽겠는, 시키면 마냥 좋아서 불타게 되는 그런 게 있단 말이에요. 둘을 결합할 수 있도록 할 거에요. 당연히 그래야죠.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하는걸요. 아직 미숙해요. 앞으로 더 안 나아질지도 몰라요. 짱 잘나고 싶은데 공부 안 하면 안 되더라고요. 근데 그거 어려워요. 하지만 좋아하니까, 기회를 주세요. 아니면 내가 자리를 만들어내 꿰찰 거에요. 어디에 있든 힘내세요, 내가 필요해질지도 모르는 여러분. 뭘 하든 좋아하는 일에 불타오르고 계세요, 나와 같은 걸 좋아하는 분들.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나도,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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