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그리고 굳이 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by 라키난


 난독증은 사전적으로는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를 말한다. 영어로는 dyslexia, lexia(speech)가 안 좋다(dys)는 뜻이다. 똑같이 글을 어려워하더라도 원인으로는 다양한 차원의 다양한 문제가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읽기가 복잡하고 어려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기 위해서는 기호를 판별하여 지각하고, 각각을 기억하고, 그걸 조합해서 추상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지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시지각, 청지각, 추상적 사고 등등. 글자를 하나하나 판별할 수는 있는데 합쳐서 읽어내지는 못 한다든가, 문자로 쓰인 단어를 의미와 연관짓지를 못해서 무의미한 기호로만 파악한다든가 등등. 후천적 난독증도 있을 수 있다. 당연하지만 시각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종류의 장애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난독증이라고 하지 않는다. 난독증은 지적 능력과 상관이 없다.

 난독증이면 철자법 말고도 보통 수 지각이나 악보 읽기에도 영향이 있다. 이러한 난독증 증상은 특히 학령기 이후에 문제시된다. 원인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분명 지적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는 학생인데 공부를 못하니까 "노력이 부족해서" 혹은 "집중을 안 해서" 안 되는 거라고 치부하기 쉽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는 굉장한 고통이 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난독증이 조금 있다"고 밝힌 동창이 있었는데. 가벼운 정도라서 학교는 그냥 다니고 있지만 글 읽는 게 조금 힘들다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아 실제로 난독증을 겪는 사람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다.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과 내 주변에 있다는 걸 아는 건 다르니까. 내가 기억하기로 그 애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자기 좋아하는 거 찾아서 열중할 줄 알되 남에게 부담 주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더 별 문제를 못 느꼈다. 난독증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과 다르다. 후자는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일상적으로 쓰는 난독증이라는 말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경우를 말한다. 글에 쓰여있지 않은 의미를 읽어내서 딴 소리를 하는 모습을 두고도 난독증이라고들 부른다. 글을 제대로 읽기가 귀찮아서. 제목만 보고 훌쩍 비약해버려서, 보긴 봤는데 초점이 뭔지 몰라서. 이유는 많다. 안 되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진짜 난독증과 달리 양해를 구할 구석도 없다. 능력이 안 되는 건 이해해야 할 영역이지만 안이함과 불성실을 들고 오는 사람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기각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면 천재라고 하지만, 하나를 가르쳤는데 열 가지 화를 내면, 저기, 상담이 필요합니다.

 언어 사용이란 복잡하고 어려운 행위가 맞고, 하물며 생각의 차이에 기인하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외국어의 장벽을 뛰어넘기보다 어렵다. 부호화encoding와 해독decoding 과정에 오해가 없을 거라고, 말하는 대로 알아들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건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거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만큼이나 이상적이다. 이상적인, 비현실적인 전제.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사용하지 못할 건 없고, 실제로 언어는 생각을 나누는 수단으로 그럭저럭 기능한다. 그러니 세상에 '난독증' 반응이 존재한다는 데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고, '난독증'에 화내기를 참을 필요도 없다. 내가 지금 화를 내는 중이냐 하면, 그게 아닌 건 아니다.

 그게 아닌 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이 포스팅을 두고 난독증도 아니면서 난독증 증세를 보이는 '난독증'에게 짜증을 내기 위해 쓴 것이라고 단정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그건 법원에서 담배회사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법원이 담배와 폐암이 무관하다고 했다고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담배가 폐암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자료는 많지만, 누군가의 폐암이 온전히 담배 때문이라고 증명된 적은 없을 뿐이다. 물론 폐암과 담배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증명된 적도 없다. 그러니까 법원이든 이 글이든 꼭 그런 게 아닌 건 아니다. 덧붙여 난독증 유병률은 5%-15%라고 하니, 당신은 약 90%(플러스마이너스 5%)의 확률로 진단을 받을 정도의 난독증은 아니다. 읽으려고 하면 읽을 수 있고, 생각하려고 하면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섣불리 말을 꺼내기 전에 한번 생각을 해보자. 유노와람쎙.

 나도 내가 못 쓰는 건 아는데, 어휴, 야.


덧글

댓글 입력 영역



라운드 시계